식품 첨가물 발암물질 논란 (아스파탐, IARC 등급, 섭취량)

마트 카트에 제로 콜라를 담다가 뉴스 알림 하나에 손이 멈췄습니다. ‘WHO, 아스파탐 발암물질 지정.’ 그 네 글자에 저는 카트에 담았던 음료를 얼른 제자리에 돌려놨습니다. 그런데 집에 돌아와 찬찬히 찾아보고 나서야 알았습니다. 제가 또 자극적인 헤드라인에 낚인 거였다는 걸.

마트에서 제로 콜라를 집어들다 멈췄던 그날

작년 여름이었습니다. 남편이 마실 제로 콜라와 제가 좋아하는 막걸리를 카트에 담던 중, 휴대폰 뉴스 알림이 요란하게 울렸습니다. 세계보건기구(WHO) 산하 국제암연구소(IARC)가 아스파탐을 발암물질로 분류했다는 내용이었습니다. 순간 가슴이 철렁 내려앉았고, 카트 안의 음료들이 마치 독극물처럼 느껴졌습니다. ‘대기업들이 암 유발 성분을 이렇게 버젓이 팔고 있었던 건가’ 싶어 배신감마저 들었으니까요.

그런데 집에 와서 후속 기사들을 직접 찾아보니 상황이 완전히 달랐습니다. 아스파탐이 분류된 등급은 IARC 분류 체계상 2B군이었습니다. IARC의 발암성 분류(Carcinogenicity Classification)란 어떤 물질이 암을 일으킬 확률이나 위험도를 말하는 것이 아니라, 그 물질의 발암 가능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가 얼마나 충분한가를 기준으로 나누는 체계입니다. 쉽게 말해 ‘암을 일으킨다는 증거가 확실하다’가 아니라 ‘가능성이 있다는 증거가 조금 있다’ 수준인 겁니다.

그 2B군에는 아스파탐만 있는 게 아닙니다. 우리가 매일 먹는 김치나 피클 같은 절임 채소, 알로에 베라 추출물, 심지어 스마트폰에서 나오는 전자기장(Radiofrequency Electromagnetic Fields)도 같은 등급입니다. 전자기장이란 전자기기에서 방출되는 에너지파로, 스마트폰 사용 시 노출되는 그것입니다. 아스파탐보다 한 단계 높은 2A군, 즉 ‘발암 가능성이 더 높다’는 등급에는 우리가 매주 즐겨 먹는 소고기와 돼지고기 같은 붉은 고기(Red Meat)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이 사실을 알고 나서 저는 헛웃음이 나왔습니다. 삼겹살 구워 먹으면서 제로 콜라만 위험하다고 걱정했던 셈이니까요.

문제는 ‘발암물질’ 네 글자가 아니라 ‘양’이었다

제가 그날 가장 놀랐던 사실은 따로 있었습니다. 아스파탐으로 실제 건강 피해가 나타나려면 어느 정도를 먹어야 하는지 계산해봤을 때입니다. IARC와 별도로 식품 안전 기준을 담당하는 JECFA, 즉 FAO/WHO 합동 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oint Expert Committee on Food Additives)는 아스파탐의 일일허용섭취량(ADI)을 체중 1kg당 40mg으로 유지했습니다. ADI란 평생 매일 섭취해도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과학적으로 인정된 1일 최대 섭취량을 뜻합니다. 체중 60kg 성인 기준으로 하루에 2,400mg, 일반 제로 콜라 한 캔(350ml)에 들어있는 아스파탐이 약 180mg 안팎이니, ADI에 도달하려면 하루에 제로 콜라를 13캔 이상 마셔야 한다는 계산이 나옵니다.

독성학(Toxicology)의 아버지로 불리는 파라셀수스는 “모든 물질은 독이다. 오직 양이 독을 결정한다(Sola dosis facit venenum)”고 했습니다. 독성학이란 물질이 생체에 미치는 해로운 영향을 연구하는 학문입니다. 아무리 몸에 좋다는 비타민도 과다 복용하면 독이 되고, 발암 논란이 있는 첨가물도 허용 기준치 안에서는 안전하다는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언론은 이 ‘양’에 대한 맥락은 싹 빼버리고 ‘발암물질 검출’이라는 네 글자만 대문짝만 하게 터뜨립니다.

IARC와 JECFA가 같은 시기에 아스파탐을 동시에 평가했는데도 두 기관의 결론이 다르게 나온 것도 바로 이 때문입니다. IARC는 위험성(Hazard), 즉 해당 물질이 이론적으로 해로울 가능성이 있는가를 봤고, JECFA는 실제 위험(Risk), 즉 현실적인 섭취량에서 실제로 해로운가를 평가했습니다. 이 두 개념은 엄연히 다릅니다. 위험성(Hazard)이란 어떤 물질이 잠재적으로 해를 끼칠 수 있는 특성 자체를 말하고, 실제 위험(Risk)이란 그 물질에 실제로 노출되는 양과 빈도를 고려한 현실적 위해 가능성을 뜻합니다. 우리가 뉴스를 볼 때 이 두 가지를 구분하지 못하면 매번 흔들릴 수밖에 없습니다. 제가 그랬던 것처럼요.

실제로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 국내 성인의 아스파탐 평균 섭취량은 ADI의 1% 미만 수준으로 보고되어 있습니다. 이처럼 국내 식품 첨가물은 식품위생법에 따라 안전성이 평가된 품목만 사용이 허가되고, 품목별로 사용 가능한 식품과 최대 사용량이 엄격히 정해져 있습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뉴스 알림에 흔들리지 않는 소비자가 되려면

솔직히 말하면, 저도 그날 이후에도 비슷한 상황을 몇 번 더 겪었습니다. 가공육 관련 보도가 나올 때도, 특정 식용 색소 논란이 불거질 때도, 처음 몇 초는 움찔했습니다. 인간은 위험 신호에 즉각 반응하도록 설계된 동물이니까요. 그런데 이제는 기사를 볼 때 반사적으로 몇 가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생겼습니다.

  1. 이 연구는 동물실험인가, 세포실험인가, 아니면 실제 사람을 대상으로 한 역학조사인가를 확인합니다. 동물에게 고농도로 투여한 실험 결과를 사람이 일상적으로 섭취하는 양과 동일하게 볼 수는 없습니다.
  2. IARC 분류 등급이 몇 군인지, 그리고 같은 등급에 어떤 물질들이 포함되어 있는지를 찾아봅니다. 2B군에 스마트폰 전자기장이 들어있다는 사실 하나만으로도 맥락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3. 식품의약품안전처나 JECFA 같은 공식 기관이 ADI를 어떻게 설정했는지, 그리고 내가 실제로 먹는 양이 그 기준의 몇 퍼센트나 되는지를 계산해봅니다.
  4. 해당 보도가 특정 제품을 팔기 위한 것인지, 아니면 경쟁 제품을 흔들기 위한 것인지 보도 맥락도 살펴봅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 뒤에는 언제나 클릭을 유도하는 의도가 숨어 있을 수 있습니다.
  5. WHO나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채널에서 동일한 내용을 직접 확인합니다. 언론이 발표한 내용과 원문이 다른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출처: WHO 아스파탐 평가 결과 발표).

일반적으로 뉴스를 믿어야 한다고 알려져 있지만, 제 경험상 식품 안전 관련 보도만큼은 한 번 더 원문을 찾아보는 것이 훨씬 낫습니다. 언론이 틀렸다고 단정하는 게 아닙니다. 다만 제한된 지면과 클릭을 위한 헤드라인이라는 구조 속에서 ‘맥락’은 늘 가장 먼저 잘려나가기 때문입니다.

그날 카트에서 꺼내놓았던 제로 콜라는 다음 주에 다시 담아 왔습니다. 남편은 여전히 잘 마시고 있고, 저도 막걸리를 끊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건 특정 성분 하나가 아니라 전체적인 식습관이라는 걸, 그리고 불안은 정보를 정확히 이해하는 것으로만 줄일 수 있다는 걸 그 여름에 배웠습니다. 앞으로 또 비슷한 논란이 터지면 헤드라인보다 IARC 등급과 ADI 수치를 먼저 찾아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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