솔직히 저는 건강기능식품이라는 이름만 믿고 제품을 골랐습니다. 마흔이 넘어 몸이 예전 같지 않다 느끼면서 멀티비타민과 오메가3를 사기 시작했는데, 뒷면 성분표를 제대로 읽어본 건 산 지 몇 달이 지나서였습니다. 돋보기안경까지 꺼내 들고 깨알 같은 글씨를 읽다가 화학 합성 첨가물 이름들이 줄줄이 나오는 걸 보고 순간 당황했습니다. 그 경험이 이 글을 쓰게 된 이유입니다.

건강기능식품에도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사실
제품 뒷면에서 제가 처음 발견한 이름은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었습니다. 스테아린산마그네슘(Magnesium Stearate)이란 알약이나 캡슐을 제조할 때 내용물이 기계에 달라붙지 않도록 도와주는 활택제(滑澤劑)입니다. 쉽게 말해 약이나 영양제를 예쁘고 균일한 모양으로 찍어내려면 반드시 필요한 재료인 셈입니다. 저는 이걸 보고 처음에는 배신감이 들었는데, 알고 나니 이해는 됐습니다. 그렇다고 기분이 완전히 풀리진 않더군요.
그 옆에는 이산화규소(Silicon Dioxide)도 있었습니다. 이산화규소란 분말 형태의 원료가 습기를 흡수해 뭉치는 걸 막아주는 고결방지제(固結防止劑)입니다. 모래의 주성분과 같은 물질이라고 하면 더 낯설게 느껴지실 수도 있지만, 식품 제조 현장에서는 오래전부터 쓰여온 성분입니다. 또 하나, 히드록시프로필메틸셀룰로오스(HPMC)라는 이름도 있었는데, 이것은 식물성 캡슐의 껍데기를 만드는 피막제(被膜劑)입니다. 피막제란 내용물을 감싸는 얇은 막을 형성해 산소나 빛으로부터 성분을 보호하고, 정해진 위치에서 녹아 흡수되도록 유도하는 첨가물을 뜻합니다.
이 세 가지만 봐도 알 수 있듯이, 건강기능식품에 들어가는 첨가물은 대부분 제형(劑形), 즉 알약·캡슐·분말 같은 형태를 유지하기 위한 기술적 목적에서 사용됩니다. 제형이란 원료 성분을 사람이 섭취하기 좋은 형태로 가공한 것을 뜻하는데, 이 과정에서 부형제(賦形劑)가 필수적으로 들어갑니다. 부형제란 유효 성분만으로는 정해진 형태를 만들기 어렵기 때문에 모양과 안정성을 잡아주는 역할을 하는 보조 재료 전체를 가리킵니다. 건강기능식품이라고 해서 이 과정을 생략할 수는 없습니다.
성분표를 읽는 법, 이렇게 바꿨습니다
그 경험 이후로 저는 제품을 고를 때 반드시 원재료명 전체를 읽는 버릇이 생겼습니다. 기능성 원료만 확인하고 구매하는 분들이 많은데, 저도 그랬습니다. 그런데 사실 부원료 쪽을 보면 제품의 품질 수준과 제조 방식이 어느 정도 드러납니다. 예를 들어 같은 오메가3라도 산화방지제(酸化防止劑)로 어떤 성분을 쓰는지가 다릅니다. 산화방지제란 지방산이 공기와 반응해 산패되는 걸 막는 성분인데, 천연 토코페롤을 쓰는 제품이 있는 반면 합성 산화방지제를 사용하는 제품도 있습니다.
성분표를 읽을 때 제가 실제로 확인하는 항목을 정리해 보면 이렇습니다.
- 기능성 원료의 함량이 표시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식약처 인증 기능성 원료는 기준치 이상이 들어가야 합니다.
- 부형제 종류와 개수를 확인합니다. 부형제가 10개가 넘어간다면 왜 그렇게 많이 들어가는지 한 번쯤 의심해 볼 만합니다.
- 캡슐 재질이 젤라틴인지 식물성 HPMC인지 확인합니다. 채식주의자나 돼지고기 기피자라면 반드시 체크해야 할 부분입니다.
- 알레르기 유발 가능 원료가 포함되어 있는지 확인합니다. 대두, 우유, 밀 등이 부원료로 들어가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보관 방법과 유통기한을 함께 확인합니다. 특히 오메가3처럼 산화에 취약한 성분은 개봉 후 관리법도 중요합니다.
이 다섯 가지를 습관으로 만들고 나서는 예전처럼 겉포장 마케팅 문구에 혹하지 않게 됐습니다. ‘무첨가’, ‘100% 천연’이라고 크게 써놓은 제품도 원재료명을 보면 의외의 부원료가 적혀 있는 경우를 여러 번 목격했습니다. 식품의약품안전처에 따르면(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식품 첨가물은 식품의 제조·가공·보존에 사용되는 물질로, 안전성이 검증된 것만 허용 기준 내에서 사용하도록 관리하고 있습니다. 즉, 첨가물이 들어 있다는 사실 자체가 문제라기보다는 허용 기준을 지키느냐의 문제입니다.
영양제 선택법, 첨가물보다 먼저 봐야 할 것
일반적으로 건강기능식품은 일반식품보다 첨가물이 적을 것이라는 의견도 있는데, 제 경험상 이건 좀 다릅니다. 제조 형태가 정제나 캡슐인 건강기능식품은 그 형태를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부형제가 들어가야 하고, 반면 통곡물이나 생과일처럼 가공 단계가 적은 일반식품 쪽이 오히려 첨가물 수가 적을 수도 있습니다. 비교 자체가 의미 없는 이유입니다.
더 중요한 문제는 여러 종류의 영양제를 동시에 먹을 때입니다. 저도 멀티비타민, 오메가3, 프로바이오틱스를 한꺼번에 챙겨 먹던 시기가 있었는데, 각 제품에 스테아린산마그네슘이나 이산화규소 같은 부형제가 중복으로 들어 있으면 하루 총 섭취량이 생각보다 늘어날 수 있습니다. 식약처 기준 내의 양이니 안전하다고는 하지만, 매일 장기적으로 여러 제품을 동시에 복용할 때의 누적 섭취 가능성은 개인적으로 한 번쯤 따져볼 만한 부분이라고 생각합니다.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자료에 따르면(출처: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국내 건강기능식품 시장은 2023년 기준 약 6조 원 규모를 넘어섰고, 1인당 복용 제품 수도 꾸준히 늘어나는 추세입니다. 시장이 커질수록 소비자의 눈도 그만큼 세밀해져야 한다는 뜻이기도 합니다.
제가 지금 영양제를 고를 때 가장 먼저 보는 건 사실 첨가물이 아닙니다. 기능성 원료의 함량이 식약처 고시 기준치를 충족하는지를 먼저 봅니다. 그다음에 부형제 종류와 개수를 보면서 불필요하게 많지 않은지 확인합니다. 화려한 광고보다 성분표 한 줄이 더 솔직하다는 걸, 돋보기안경을 꺼내 들던 그날 배웠습니다.
건강기능식품에 첨가물이 들어간다는 사실, 이제는 놀랍지 않습니다. 알약이나 캡슐이라는 형태를 유지하려면 어쩔 수 없이 필요한 성분들이 있고, 그게 제품의 품질을 낮추는 건 아닙니다. 다만 ‘건강’이라는 이름에 가려진 성분표를 그냥 넘기는 습관이 문제입니다. 다음에 영양제를 살 일이 있다면 뒷면을 한 번 천천히 읽어보시길 권합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료 또는 영양 조언이 아닙니다. 건강 상태나 특정 성분에 대한 우려가 있으시면 전문가와 상담하시길 바랍니다.
배달음식 식품 첨가물 (가공 식재료, 제도적 사각지대, 식단 관리)
참고: 식품의약품안전처 (https://www.mfds.go.kr)
한국건강기능식품협회 (https://www.hfoodsa.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