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DI 하루섭취허용량 (오해, 안전계수, 식품첨가물)

작년 여름, 다이어트 중이라며 제로 탄산음료를 하루에 서너 캔씩 들이켰던 적이 있습니다. 시원하게 비우고 나서 캔 뒷면을 봤더니 ‘수크랄로스’, ‘아스파탐’ 같은 이름들이 눈에 박혔고, 인터넷을 뒤지다 ADI라는 단어를 만났습니다. 그 순간부터 밤새 걱정했던 기억이 아직도 생생합니다. 그런데 나중에 알고 보니, 제가 두려워했던 그 숫자의 의미를 완전히 반대로 이해하고 있었습니다.

ADI를 “위험선”으로 오해하고 있지는 않으신가요?

당시 검색 결과에는 “허용량 초과 비상”, “하루 허용량 돌파” 같은 제목들이 줄지어 나왔습니다. 마치 ADI(Acceptable Daily Intake, 하루 섭취허용량)를 1%라도 넘기는 순간 몸속에서 무언가 터지기라도 할 것처럼 써 놓은 글들이었죠. 저도 그 글들을 읽으며 심장이 덜컥 내려앉았고, 아이들한테 가공식품을 먹인 제 자신을 한참 원망했습니다.

그런데 ADI란 정확히 무엇일까요? 식품의약품안전처 공식 자료를 제대로 찾아 읽고 나서야 제가 얼마나 잘못 이해하고 있었는지 알게 되었습니다. ADI는 사람이 태어나서 죽을 때까지 매일 평생을 섭취해도 현재까지 알려진 과학적 근거에 따르면 건강에 해롭지 않다고 판단되는 1일 섭취량입니다. 단위는 mg/kg 체중/일, 즉 체중 1kg당 하루에 먹어도 되는 양으로 표시됩니다. 하루만 넘겨도 위험한 임계치가 아니라, 평생에 걸친 평균 섭취를 전제로 설정된 기준이라는 뜻입니다.

자극적인 헤드라인들은 이 ‘평생 평균’이라는 맥락을 통째로 지워버립니다. ADI가 마치 속도위반 카메라의 제한속도처럼 그 선을 넘는 순간 범칙금이 부과되는 것처럼 묘사하는 건데, 현대 위해성 평가(Risk Assessment)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과학적 사실을 철저하게 왜곡한 것입니다. 위해성 평가란 어떤 물질이 인체에 실제로 해를 끼칠 가능성을 체계적으로 따지는 과학적 과정을 말합니다. 이 과정을 거쳐 나온 결과물이 ADI인데, 그 이면에는 생각보다 훨씬 두꺼운 안전 방벽이 쌓여 있습니다.

100배 안전계수, 이 숫자가 핵심입니다

ADI가 어떻게 계산되는지 알고 나면, 한두 캔 더 마셨다고 밤새 걱정했던 제 자신이 참 딱하게 느껴집니다. 과학자들이 ADI를 도출하는 과정은 단계적이고 보수적입니다.

  1. 다양한 독성시험(급성 독성, 만성 독성, 발암성, 생식·발생 독성, 유전독성 등)을 실시해 물질의 특성을 파악합니다.
  2. 시험 결과를 바탕으로 NOAEL(No Observed Adverse Effect Level, 최대무독성량)을 확인합니다. NOAEL이란 실험동물에게 평생 투여해도 아무런 유해 반응이 관찰되지 않은 가장 높은 용량을 뜻합니다.
  3. 여기에 안전계수(Safety Factor)를 적용합니다. 통상적으로 사용하는 값은 100입니다. 동물과 인간의 종간 차이(10배)와 인간 사이의 개인차(10배)를 각각 곱한 수치입니다.
  4. NOAEL을 안전계수 100으로 나눈 값이 최종 ADI가 됩니다.

즉 어떤 사람이 어쩌다 하루 ADI의 두세 배를 섭취했다고 해도, 실제 독성이 전혀 나타나지 않는 진짜 상한선인 NOAEL까지는 여전히 수십 배의 거대한 여유 공간이 남아 있다는 뜻입니다. 제 경험상 이 부분을 알고 나면 가공식품 라벨을 보는 시각이 완전히 달라집니다. 어린이, 노인, 임산부처럼 취약할 수 있는 계층까지 고려해 넉넉하게 잡아놓은 숫자라는 사실이 오히려 안심을 줍니다.

필요한 경우 물질의 특성이나 데이터의 불확실성에 따라 100보다 더 큰 안전계수를 적용하기도 합니다. 한마디로 ADI는 ‘딱 이 선까지만 허용’이 아니라, ‘이 선보다 훨씬 안쪽에 있어도 충분히 안전하도록 설계된 기준’입니다. 이 차이를 이해하는 것이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참고로 식품의약품안전처는 국민의 실제 섭취량이 ADI를 크게 벗어나지 않는지 식품별 사용량 조사, 국민 식품 섭취 조사, 연령별 노출평가를 통해 지속적으로 모니터링하고 있습니다. ADI 하나로 끝나지 않고, 실제 생활 속 섭취 패턴까지 겹겹이 확인한다는 뜻입니다(출처: 식품의약품안전처).

그래서 식품첨가물, 어떻게 바라봐야 할까요?

제가 밤새 걱정했던 수크랄로스나 아스파탐 같은 인공 감미료는 식품첨가물(Food Additive)로 분류됩니다. 식품첨가물이란 식품을 제조·가공·보존하는 과정에서 맛, 색, 보존성 등을 위해 의도적으로 첨가하는 물질을 말합니다. 이 물질들이 어떤 식품에 얼마나 쓰일 수 있는지는 ADI를 기초 자료로 삼아 관련 법령에서 사용 식품의 종류와 최대 사용량, 사용 목적을 정해놓습니다. 제조사는 그 기준 안에서만 첨가물을 쓸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모든 식품첨가물에 ADI가 있는 걸까요? 꼭 그렇지는 않습니다. 현재까지의 과학적 평가 결과 일반적인 사용 조건에서 안전성 우려가 매우 낮다고 판단되는 물질은 수치 형태의 ADI를 따로 설정하지 않기도 합니다. 반대로 충분한 관리가 필요한 첨가물에는 ADI를 설정해 기준을 엄격히 관리합니다. 이러한 판단 근거는 국제식품첨가물전문가위원회(JECFA)의 평가를 바탕으로 하는데, JECFA란 세계보건기구(WHO)와 유엔식량농업기구(FAO)가 공동으로 운영하는 식품 안전 전문가 그룹을 뜻합니다(출처: WHO JECFA).

제 경험상 식품 관련 정보를 검색할 때 가장 조심해야 할 것은 자극적인 제목 뒤에 숨어 있는 맥락의 생략입니다. “ADI 초과”라는 문장만 보고 공포를 느끼기 전에, 그 ADI가 어떤 과정을 거쳐 설정됐는지, 그리고 그 초과가 일시적인 것인지 장기적인 것인지를 먼저 확인하는 습관이 중요합니다. 진짜로 감시해야 할 것은 어쩌다 마신 제로 음료 몇 캔이 아니라, 매일 삼시 세끼를 불량한 가공식품으로만 채우는 수십 년간의 습관입니다.

ADI 숫자 자체보다 그 숫자가 어떤 논리로 만들어졌는지를 이해하고 나면, 막연한 불안 대신 균형 잡힌 시선으로 식품을 바라볼 수 있습니다. 가공식품을 무조건 멀리하거나 라벨을 볼 때마다 겁부터 먹는 대신, 과학이 이미 두꺼운 안전판을 깔아놓았다는 사실을 기억하시면 좋겠습니다. 이 글은 개인적인 경험과 의견을 공유한 것이며, 전문적인 의학·영양학 조언이 아닙니다. 구체적인 건강 문제는 반드시 전문의와 상담하시기 바랍니다.

식품 첨가물 공포 (체리피킹, 독성학, 미디어리터러시)

식품 첨가물 (천연 맹신, 정보 검증, 표시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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